마지막으로 작성한 회고를 보았다. 10월 20일이 마지막 회고였고 그 당시 나의 문제점과 상황들이 나와 있었다.
그로부터 두 달 정도 흐른 지금 나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또 올 한 해가 지나갔는데 이번 한 해는 어땠는가를 돌아보며 생각나는 대로 글을 작성해보려고 한다.
우선 지난 두 달 어떻게 보냈는가
10월 20일에 작성한 회고를 보면 그동안 지켜오던 루틴이나 생활패턴이 흔들려서 글을 썼다.
그리고 이러한 원인으로 두 가지를 이야기했는데 하나는 체력(운동)이고 또 하나는 옅어진 의지력이라고 한다.
두 개로 나누어서 이야기했지만 사실 하나라고도 볼 수 있겠다. 체력이 약해지면 정신력도 약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나만의 해결책도 제시했다. 당연하게도 체력을 위한 운동을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스스로에 대한 동기부여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도 나를 잘 알고 있는지 겨울에 밖에 나가서 운동을 안 할 것을 알고 운동 대신 스트레칭이라는 좀 더 시작하기 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동기부여 방법에 대해서는 '작은 성취감'을 목표로 삼았는데 애매한 말이기도 하지만 올바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에 큰 걸음을 내딛는 것이 아니라 작은 걸음이 모여 큰 걸음을 만들기 때문에, 하나의 작은 걸음들을 양분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두 달이 지난 지금 나만의 솔루션을 올바르게 실천했는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어림도 없었다. 사실 지금 다시 보니 '이런 생각을 했었지' 하고 어렴풋이 떠오르지만,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세운 해결책을 실천해야겠다고 의식적으로 행동한 적이 거의 없다.
이에 대해서 짧은 변명을 해보자면:
이 당시 10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채용 프로세스 내에서 코딩 테스트와 면접을 준비하고 있었다. 코테는 사실 크게 긴장되거나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면접을 준비하면서 온 신경이 면접에 가면서 다른 것들을 소홀하게 되었다. 아쉽게도 결국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고, 12월은 결과를 기다린다고 손에 뭐가 잡히지 않았고, 또 최종 결과를 막상 보니 좀 힘들었다.
결국 "지난 두 달을 어떻게 보내셨어요?"라고 물어본다면 아쉬웠다고 말하고 싶다. 과정과 결과 모두에 대한 아쉬움이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가
12월 중순 불합격 결과를 받고 좀 쉬었다. 쉬면서 넷플릭스와 책을 많이 보았다.
- 넷플릭스: 장송의 프리렌, 지옥락, 흑백요리사2
- 도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행복을 찾아서
넷플릭스에서 본 것들은 모두 너무 재밌었고, 읽었던 책은 나에게 새로운 생각들을 심어주었다.
사실 쉬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시기는 마치 양자역학의 중첩된 상태처럼 휴식과 좌절이 공존하는 상태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스스로 '휴식'이라고 불렀다.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와 다른 점은 나는 이 상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 점이 굉장히 컸다. 그래서 며칠은 휴식과 좌절이 뺑글뺑글 돌아가는 상태로 있다가 이내 '휴식' 상태로 확정 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다시 건실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루틴이나 생활패턴이 많이 흔들린 지금, 이전처럼 일주일 단위로 회고를 작성하면서 나를 점검해 나가야겠다.
2025년 다시 보니 어떤가
분기 별로 나누어서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모든 분기마다 하나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2025년의 나는 'Low Energy' 상태였던 것 같다.
- 1분기: 12월까지 부스트캠프를 마치고 다시 2월까지 팀 프로젝트를 리팩토링했다. 이때도 느꼈지만 다들 의욕이 좀 떨어진 상태였다. 최선을 다하기보다 '보통 이상만 가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3월부터는 취업을 위해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작성하며 학교를 다녔다.
- 2분기: 학교 선배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6월까지 진행했다. 여러 채용 공고에 지원하고 탈락하던 시기였다. 6월 말 프로젝트와 학기가 끝나며 약간의 공허함을 느꼈다.
- 3분기: 2025년의 가장 저점이었다. 당장 뭘 새롭게 하기 힘들었다. 꾸역꾸역 기존 스터디나 최소한의 할 일들만 처리하며 지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책을 읽고 블로그를 쓰며 점차 회복해 나갔다.
- 4분기: 위에 언급했던 대로 결과에 휘둘린 시간이었다. "과정에 집중한다면 결과에 초연할 수 있다"고 했었지만, 실제로는 결과에 온 마음이 가 있었다. 그만큼 과정에 집중하지 못했던 건 아닐까 반성한다.
2026년은 어떻게?
2025년을 되돌아보면 부족한 한 해이다. 실패나 좌절은 뼈아프지만, 그만큼 과정에서 개선하거나 배워야 할 점이 많다. 이건 어찌 보면 실패한 자만의 특권일까. 이제는 이 특권을 내려놓고 싶기도 하다.
2025년의 아쉬운 점을 보완하기 위한 해결책은 명료하고 단순하다. 이전처럼 나만의 루틴을 지키며 사는 것이다. 2026년 나의 루틴은 나중에 공개하겠다.
최근에 이상하게 책 읽는 게 좋아졌다. 전에는 부채감 때문에 읽었다면 지금은 순수하게 즐겁다. 언제 내가 돌변할지 모르니 이 시기에 틈틈이 많은 책을 읽어야겠다. 신년 계획은 거창할 것 없이 단 하나다. "나의 루틴을 꾸준하게 실천하자."
마치며
그리 길지 않은 글이지만 나름 고민하면서 쓰니 2시간이 지났다. 25년 회고를 하니 26년의 나는 어떻게 될까 궁금해진다. 사실 25년의 나는 절대 상상하지 못했던 한 해이다. 내가 이때까지 취준생일 줄은 몰랐다.
올해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아보자면 "행복을 찾아서"이다. 영화를 보고 원작인 책을 읽었다. 주인공이 어떻게 그 열악한 환경 속에서 본인과 전혀 관련 없는 분야(주식 중매인)에 도전하고 성공을 확신했을까 궁금했다.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 확신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과거의 성취 경험과 자신만의 격언을 품고 '무엇을 도전하든 최선을 다할 것임'을 스스로 알았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자신을 믿었던 것이다.
이 사람과 나를 비교해보면 나는 너무나 좋은 환경 속에 있다. 현재의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나는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나를 긍정하자. 내가 나를 믿을만한 근거와 경험은 충분하다. 평생의 동반자인 나를 긍정하도록 하자.
(여담으로 1900년대 중반까지 자기 긍정은 자기 기만으로 불리고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보았다고 한다.)
끝
일주일 뒤의 나를 기대하며 이만 마친다.